시 읽기

몸의 애인 / 이이체

pinkcarrot 2016. 9. 20. 02:18


몸의 애인 / 이이체



잘못 온 편지를 읽고 운 적이 있다


나는 당신의 거짓말을 안다

사랑을 잃은 자의 심장을 꺼내본 뒤로는

백지에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

몸은 표현을 두려워한다


당신에게 나를 주어선 안 되겠구나

당신에게 나를 주면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아

나는 죽겠구나


부재가 되지 못한 존재


헤어진 애인과의 섹스에서

혐오가 무뎌질 때까지,

그 감촉의 비곗살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멀미를 잊으면 나는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