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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2016. 9. 20. 01:52
꿈에 대한 기록.
꿈을 꾸었다. 오랜만에 색깔로 가득찬 꿈이었다. 바다에 갔다. 분명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였는데 보자마자 한 눈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바다라는 걸 알았다. 과거의 애정이 가슴 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왔다. 바다는 깊어 보이는 파란색이었고 해안선을 따라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모래사장 같은 것은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나는 그 점을 좋아했을 것이다. 저기는 들어가서 물장구치고 웃는 바다가 아니야 색깔을 봐.
바다를 마주보는 빨간 지붕을 얹은 건축물로 발을 옮겼다. 참치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사서 카페 테라스의 차양 아래 앉았다.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얼룩고양이가 내 옆자리에 앉아 앞발로 나를 톡 쳤다. 먹고 싶으면 먹어도 돼 라고 했더니 예의 바르게도 포크를 사용해서 샌드위치의 귀퉁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집에 가는 길 전광판에서 옛날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저거 보여? 신기하다. 내가 알던 사람이야.
"나는 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지 않아. 보통은 나에 대해 생각하지." 나는 표정 없이 시리얼을 먹었다. 쓰레기를 분명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이상스럽게도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지 않아 집이 더러운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면서. 집은 노을이 다 나가지 않은 것 같은 탁한 오렌지색이었다. 밤이 와서 혼자 남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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